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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바람 그리고 우리들의 三多島여행기
(2009년도 대구사회복지관 종사자 연수)
제주도의 또 다른 이름은 삼다도라고 한다. 태생이 화산분출로 생겨난 탓에 용암이 굳어서 생긴 현무암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 돌이 많으며 지역특성상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밖에 없다보니 대부분의 남자들은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게 되어 어업기술이나 선박 건조술이 원시적이고 열악했던 옛날에는 수많은 폭풍과 풍랑으로, 또는 선박의 좌초 등으로 많은 남자들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여 상대적으로 여자가 많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섬지방이라 강한해풍이 많이 불어와 돌, 여자, 바람이 많다고 하여 삼다도(三多島)라는 애칭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2009년도 대구사회복지관 종사자 연수는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제주특별자치도로 정해졌다. 작년과 동일한 장소를 올해도 선택했다는 사실에 조금 의아해 하기도 했지만 2박3일의 연수일정을 마치고 보니 이 넓고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제주도를 대구의 사회복지사들이 모두 한번씩 느껴볼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이른 시간 대구국제공항에 모여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에 나뉘어 출발한 비행기는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각 기관별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지정된 렌트카로 제주사회복지협의회관에 모여 개회식을 가졌다. 대구사회복지관협회 변창식회장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제주사회복지협의회 이동환회장님과 제주사회복지관협회 이종범부회장님의 축사로 시작한 개회식은 제주관광대학 사회복지과 전영록교수님의 특강으로 마무리되었다. 특히‘지역사회중심 사회서비스사업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이라는 특강은 짧은 시간이기는 하였으나 급변하는 경제사회변화에 대응하기위한 사회서비스의 추진전략과 활성화에 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특강 후 약간의 휴식시간을 취한 뒤 제주사회복지협의회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촬영함으로서 공감여행“휴Ⅱ”라는 주제의 연수일정이 각 기관별로 시작되었다.     
① 삼다도의 “돌”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치고 살면서 한번쯤 제주도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제주도는 천년고도의 경주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또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떨치는 곳이다. 특히 이번 연수에 참가한 우리 동촌복지관의 직원 7명중 2명은 이번 제주도방문이 생애 첫 방문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제주도는 볼거리가 풍성한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돌”과 관련된 볼거리가 90%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과연 삼다도라 불릴만 하구나 싶을 정도로 많은 기암괴석과 바위가 있었는데 예를 들어 제주에서 가장먼저 우리일행을 반긴 돌하르방과 돌담, 성산일출봉(바위산),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해변, 바위동굴, 용두암 등등 제주도에서 내노라 하는 관광지는 대부분 “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었다. 첫날 공식일정을 마친 후 우리는 허기진 배를 달래려 제주도에서 유명하다는 갈치구이 전문점에서 간단히(하지만 많이) 식사를 마치고 바로 해변으로 향했다. 내륙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섬이니까 조금만 가면 바다를 볼수 있겠거니 라고 생각하며 차를 달렸지만 제주도의 남북 간의 거리가 약 31㎞, 동서간의 거리가 약 73㎞로 이루어진 거대한 섬인걸 간과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협재해수욕장은 우리를 반기지 않는듯 거세게 파도가 치고 있었으며 거센 강풍마저 불어 서있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사실 전날부터 태풍이 제주도로 넘어오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이라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계획을 조금 앞당겨 도착한 한림공원은 협재해수욕장에서 받은 냉대를 한꺼번에 만회할 만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우연일까? 갑자기 날씨도 화창하게 개였다.) 테마별로 구간이 나뉘어 있는 한림공원에서 특히나 우리의 관심을 받았던 곳 역시 기암괴석과 동굴이었다. 한림공원 내에 총 3개의 동굴이 있는데 각각 협재동굴, 쌍용동굴, 황금동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 세 동굴은 용암동굴에서는 절대 생성될수 없다는 석회질과 종유석, 석순등이 자라고 있어 학술적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지질학자가 아닌 관계로 그 학술적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는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동굴이 뿜어내는 신비함과 위용 앞에서는 그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의 기암괴석중에는 유난히 큼지막한 구멍이 뚫혀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마치 사진 촬영을 위해 얼굴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의 돌들은 화산분출시 용암이 나무를 휘감아 그대로 굳어버린후 나무는 썩어 없어지고 바위만 남은 것이라고 하니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 앞에 우리는 그저 숨죽여 감상하는 것으로 화답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공원내에 만들어 놓은 각종 테마별 코스도 우리의 마음을 뺏기에 충분했지만 구간에서 구간으로 이동하는 동선 역시 야자수길로 조성하여 잠시도 눈을 쉬게 만들지 못하도록 짜임새있게 만들어 관람객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동보다 대한민국에 이런 관광지가 있다는 것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비단 눈만 즐거운 관람이 아니라 마음까지 벅찬감동이 있는 관람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가 있었다.
② 삼다도의 “바람”
유독 우리일행이 가는곳만 바람이 부는게 아닌가 싶을 생각이 들 정도로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왠만해선 넘어지지 않는 카메라 삼각대가 바람에 쓰러질 정도였으므로 제주도에 바람이 많이 분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음을 첫날 협재해수욕장에서 느꼈다. 숙소에 도착해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마치 선풍기를 켜놓은 것 마냥 바람이
 들어오는 것이 여간하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지 않는 대구사람들에겐 여간 시원한게 아니었다. 제주도엔 이런 시원한 바람이 자연경관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곳이 참 많았다. 특히 산굼부리에서의 바람은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이 바람의 지휘아래 이리저리 물결치는것이 마치 황금융단이 휘날리는것 같은 장관을 이루었다. 제주도의 바위는 사실 용암이 흘러내린 것이 아니라 바람이 깎아만든 것이 아닐까라는 엉뚱한 상상까지 하니 입가에 저절로 웃음까지 나왔다. 산굼부리 갈대밭에 부는 바람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었다면 영혼까지 시원해지는 바람은 단연 성산일출봉이 아닐까 싶다. 연수 마지막 날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의미로 올라간 성산일출봉은 보기엔 크지만 그리 높아보이진 않았는데 막상 올라가기 시작하니 점점 가파르게 올라가는 계단에 직원들 모두 숨을 몰아쉬었다.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기 시작하니 어느새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이마에,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하였다. 성산 일출봉은 올라가면서 3명의 장군을 만나게 된다. 각각 재물과 승진, 질병을 담당하는 삼장군은 사실 높게 솟아있는 바위를 의미하는데 뿌리 깊은 제주도의 토템신앙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덧 정상에 올라가니 너나할것 없이 모두들 양팔을 벌리고 시원한 바람과 찐한 포옹을 나누기 시작했다. 신기한건 바닷바람임에도 불구하고 바다특유의 소금기 저린 짠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드라마“올인”을 본 사람들은 중문롯데호텔의 화려함과 송혜교와 이병헌이 거닐던 언덕을 기억할 것 이다. 제주도까지 왔으면 올인촬영지는 꼭 봐야 된다는 동료직원의 강력추천에 반신반의 하며 따라나선 올인촬영지(일명:올인전망대)는 성산일출봉과는 또 다른 바람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었는데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바다를 높은 절벽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란..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모 CF에 나오는 카피처럼 “나에겐 항상 작은 일만 주어진다고 생각될 때”아마 이 바다를 보면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을 듯 싶다.
③ 삼다도에서의 “우리”
삼다도의 마지막은 본디“여자”로 알려져 있으나 요샌 관광객이 워낙 많아 삼다도의 마지막은 “돌, 바람, 관광객”이 되어야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요즘도 제주도민의 성비를 조사해보면 여자가 높은지 알 수 없으나 연수기간동안 만난사람들은 대부분이 관광객이 었으므로 우린 삼다도의 마지막 구성을 “여자”가 아닌 “우리”로 정하였다. 바쁜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심신의 자유를 찾고 동료직원들과 단합하면서 “휴Ⅱ”라는 이번 연수의 목적을 달성하였다. 연수오기전과 연수가 끝난 지금 우린 분명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었다. 우리는 삼다도라 불리는 이 섬에서 돌과 바람, 그리고 달라진“우리”를 발견한 것이다.  
연수기간 중 우리 일행은 제주도의 복지관을 찾아 나섰다. 같은 대한민국의 복지관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냐마는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모습으로 또 어떤 모양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지 한번 견학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찾아간 곳은 서귀포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동부종합사회복지관이었다. 동부종합사회복지관은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귀포시 사회복지과에서 직영으로 운영을 하고 있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건물외벽에 실내는 아늑하게 인테리어가 되어있었으며 1층에 들어서니 어르신 몇분이 체력단련실로 보이는 곳에서 운동하시는 모습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시는 분들 등 전체적으로 편안한 분위기였다. 사회복지사로 보이는 직원 한명과 어르신이 상담을 나누고 계시기에 견학을 오게 된 취지를 말씀드리니 웃으시며 친절히 기관라운딩을 해주셨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은 주방, 식당, 사무실, 공부방, 자원봉사자실, 강당, 다목적실, 노인교실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지역은 달라도 종합사회복지관이 하는 일은 비슷할진데 뭐가 그리 궁금한지 이것저것 쳐다보고 설명을 듣고 있으니 기관에서 자체발간하는 운영현황을 넌지시 건네주었다. 운영현황을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전반적인 사업내용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시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곳이라 세부사업의 규모와 종류가 조금 달랐다. 지나가던 한 어르신이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대구에서 왔다는 말에 대뜸 “더운데서 왔네”라고 하신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따뜻하다는 제주도에서 마저 대구의 “더위”를 알아주다니..신기하기도하면서 한편으론 묘한 자부심까지 생긴다. 문득 제주도에서 사회복지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 라는 상상을 해본다. 견학을 마치고 돌아가는 입구에서 얼핏 이런 문구를 본 것 같다. “나를 바꾸면 제주가 새로워집니다.”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차안에서 다들 말이 없었던 것은 분명 각자 대구를 새롭게 할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제주도여행이 처음인 2명의 직원에 대한 일행들의 배려로 인해 2박3일의 일정을 빡빡하게 계획한 우린 총12곳의 관광명소를(협재해수욕장, 한림공원, 올인전망대, 여미지식물원, 테디베어박물관, 자동차박물관, 녹차밭, 산굼머리, 성산일출봉, 제주민속마을, 감귤농장, 용두암) 함께 거닐면서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서로의 비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사회복지사로 이제 첫발을 내딛은 직원의 입장에서 이번 자유일정연수는 가뭄의 단비 같은 귀한 시간이었으며 사회복지관이라는 이름의 가정에서 마치 가족여행을 온 것 같은 따스함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지역주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동료, 선배사회복지사들에게 역시 재충전의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없겠지마는 끊임없이 사람을 대하고 정신적인 에너지를 방출해야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휴(休)”란 비단 한 개인의 쉼이 아니라 한 개인의 쉼을 통하여 좀 더 에너지 넘치는 서비스를 받을 지역주민들을 위한 의무가 아닌가 싶다. 제주도에서 건강하고 맑은 정신으로 재무장을 하고 대구로 돌아가려니 벌써부터 어깨가 무거워진다.
“말은 제주도로! 사회복지사는 대구로!”
“대구사회복지관협회 파이팅! 동촌종합사회복지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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